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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known
말없는 하루


거의 이틀정도 가벼운 전화통화 이외에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더듬 거리는 외국어로 몇마디 한 후, 다음에 만나자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핸드폰을 닫는다.
검은색 핸드폰은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
여름이 다 지났기에 천장에 달려있는 팬 역시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집 앞에서
한동안 시끄럽게 울리던 공사장 소리도 이제 그쳤다.
잘은 몰라도 근처에 나와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은 살지 않을것이다.
철저한 이방인이 된 이곳에서 나는 내 마지막 남은 영억을 지키고자 필사적이다.
사실 나만 필사적일뿐 아무도 내 영역을 노리지 않는다.
앞집 꼬마아이가 문을 두드린다.
나가볼 필요는 없다. 외출 전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그 아이는 우리집 문을 두드린다.
전에 과자를 한번 줬던 기억 때문인지, 아니면 잡고 흔들리 좋은 자물쇠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다.
시시한 생각들이 지난 후 다시 침묵이 온다.
노트북 안에서는 사람들이 웃는다. 그 웃음에 동참하고 싶지만, 같이 웃고나면
침묵은 나를 더 비웃을 것이다. 웃지 않는다.
밥을 먹는 동안 내가 속해있던 공간을 생각한다. 같이 웃을 수 있는, 같이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던 공간,
최근 나는 내가 긴밀하게 이어두었던 공간과 단절을 선언했다. 한달의 기한을 두자했다.
나는 그 익숙함 속으로 달려가고 싶기도, 이 곳에서 나혼자 머물고 싶기도 하다.
노래에서 잊혀진 시간에 관한 가사가 나오고 있다.
이 가수는 97년 여름에 어느 사람과 이별을 한 듯했다.
그는 08년 12월에도 어떻게 해야 잊을 수 있냐고 자조적으로 내뱉는 가사를 읊조리고 있다.
나는 공간을 닫으려, 문고리를 잡고 시선을 치우다 이 노래가 계속 머릿속에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사실 전에도 익숙했던 공간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닫은 적이 있다.
그 때에도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소통하던 공간을 닫았다.
그리고 울었고, 후회했다.
지금 그것을 반복하게 될 지 모르겠다.
이 침묵이, 이 조용함이 반갑기도 하다. 단지 익숙해서 반가울 뿐, 그다지 좋은 감정은 아니다.
오후 9시 42분, 나는 나른한 오후로 시간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일의 오후는 아무의미 없는 것처럼 지금당장 나른한 오후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른한 오후가 되면, 몇번인지 알 수 없는 버스를 타고, 창가에 기대어 졸고 싶다.
서늘한 찬공기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둘러싼 공간이 이리도 조용한 공간인 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by MatroosGil | 2008/12/14 21:39 | 트랙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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